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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미술의 다양한 기능

한국에 사는 내 친구는 출석하는 성당에 미술반을 만들어 열심히 지도하고 있다. 학생들은 거의 모두가 ‘할머니 병아리 화가’들인데 그림이라는 걸 난생 처음 그려보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어찌나 정성껏 가르치는지 인기가 대단한 모양이다. 지도하면서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보람을 느낀다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재능기부인 셈인데 아주 바람직한 일이다.   그 친구와 전화통화를 하는 중에 “이왕이면 무작정 그리지 말고, 생각을 담아 그리도록 지도하면 더 좋지 않겠나?”라고 어줍잖은 훈수를 두었다. 그랬더니 곧바로 친구의 명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골치 아픈 생각하지 않고, 편안해지고 싶어서 그림 그리는 사람들에게 무슨 생각을 하라고 권하겠나?”   과연 명답이다. 나의 좁은 생각을 꾸짖는 죽비 같은 명답이다. 우리의 삶에서 미술의 기능은 매우 다양하고, 모든 쓰임새가 다 소중하다. 어느 하나만 고집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미술사를 공부하고, 미술평론을 하는 이른바 전문가의 처지이므로, 화가들의 작품과 미술의 쓰임새를 이야기할 때, 예술성이나 작가의 세계관, 사회적 역할 등을 중심으로 언급한다. 그래서 미술을 업으로 하는 작가들에게 무작정 그리지 말고 생각을 하면서 그려야 하고, 보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학생이나 취미 화가, 감상자들이 생각하는 미술의 기능은 그것과는 많이 다르다.   실제로 많은 취미 화가들은 골치 아픈 세상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자기 내면에 잠자고 있는 또 하나의 자아와 대화를 나누고, 아름다움과 만나는 희열을 위해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다. 그래서, 그려진 작품보다 그리는 동안의 충만한 행복감을 그만큼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그림에 몰두하는 동안에는 잡념 없이 순수하고 착해질 수 있다. 단순한 정신적 사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리는 행위 자체를 행복으로 느낀다. 이것은 미술의 소중한 기능 중의 하나다.   또 어떤 이들에게는 그림이 구원이 되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면서 죽을 병을 이겨내기도 하고, 그림을 통해서 정신적으로 이겨내기 어려운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실제로 이런 예는 우리 주위에 너무도 많다. 미술치료 같은 치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술이 한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 또한 미술의 소중한 기능 중의 하나다.   또 어떤 이들에게는 그림이 정신세계를 영성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길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이들에게는 그림 그리기가 곧 도(道) 닦기인 셈이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이런 식으로 자기 예술세계를 설명하기도 한다.   그 밖에도 그림을 그린다는 행위 자체가 갖는 힘은 매우 다양하고 막강하다.   미술을 좋아하고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이들로부터 “현대미술은 너무 어렵고 골치 아프다. 미술작품을 이해하고 좋아하고 싶은데, 무슨 좋은 방법이 없나?”라는 질문을 받는 일이 더러 있다. 나의 대답은 늘 비슷하다. “자주 보세요. 자주 보면 보입니다. 그리고 직접 그림을 그려보세요. 그것이 가장 좋은 미술 감상법입니다.”   직접 그리면서 그림에 흠뻑 빠져보면, 다른 사람의 그림에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작가와 공감하며 느끼는 동질감은 감동으로 이어진다.   그림 그리기를 통해서 참으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고, 장점도 많다. 마음을 닦고, 정서적 정신적으로 풍성해지는 등 여러 면에서 권하고 싶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그림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많은 분이 그림 그리기를 취미로 삼아 즐기기 바라는 마음이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산책 미술 기능 취미 화가들 그림 그리기 세상 생각

2024-10-17

H마트 어린이 그림대회 개최

미주 최대 아시안 슈퍼마켓 체인 H마트가 다가오는 가정의 달을 맞아 제3회 온라인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그림 대회는 스마트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4월 21일부터 5월 7일까지 진행되며, 참가 대상은 Pre-K부터 5학년까지다.     참가 신청은 H마트 공식 홈페이지(www.hmart.com)를 통해 접수 양식에 따라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며, H마트 스마트카드 번호를 기입하고 참가할 수 있다.     이번 대회 시상 내역은 1000달러 장학금 및 특별 상장이 수여되는 대상(1명/부문), 1등(2명/부문), 그리고 장학금 및 특별 트로피가 수여되는 2등(5명/부문), 3등(10명/부문), 장려상(54명/전체)을 포함해 수상자 총 90명에게 행운이 돌아가며 총 1만 달러 상당의 상금이 지급될 예정이다.     우승자 발표는 오는 6월 26일(월) H마트 공식 홈페이지(www.hmart.com)와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재될 예정이다.   H마트는 “이번 온라인 그림 대회를 통해 아이들의 창의적인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며, 미적 감각을 마음껏 뽐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관련 문의는 H마트 고객 서비스 센터에 e메일(customer_care@hmart.com) 또는 전화(877-427-7386)로 하면 된다. 박종원 기자 park.jongwon@koreadailyny.comH마트 H 마트 H마트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 H마트 어린이 그림 대회 스마트카드 고객 H마트 고객 서비스 센터

2023-04-20

[문화산책] 예술 장르 사이의 소통

통섭(統攝)이라는 낱말과 개념에 관심이 모인 적이 있었다. 학문 사이에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벽을 칸막이를 걷어내고 건강하게 소통을 해야 우리의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상생(相生)의 진리다.   통섭이라는 낱말을 꺼내서 불을 지핀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과학이나 경제 등 사회 각 분야의 소통과 인문학의 보급이 시급하다고 한다. 최 교수는 통섭이란 낱말을 자기가 찾아낸 줄 알고 스스로 대견해 했는데, 알고 보니 신라시대 원효 스님께서 이미 설파하신 섭리였다고 고백한다. 통섭의 역사가 그렇게 길고 근본적이라는 이야기다.   그 뒤로 우리 사회에서 통섭이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상당히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사실, 통섭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는 예술계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 벽은 상당히 완고하고 옹졸했다. 시인이 소설을 발표하면 안 되고, 조각가가 그림으로 개인전을 열면 영역 침범이고, 외교관이 시를 써서 시집을 내면 업무태만이고…. 뭐 그런 식으로 답답했다. 얼마 전 세상 떠난 성악가 박인수 교수는 유행가를 불렀다고 국립오페라단에서 쫓겨나는 웃픈 일을 겪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은 현대사회에 와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분야마다 제 밥그릇 챙기기 싸움에만 몰두하는 바람에 벌어진 것들이다.   긴말 할 것 없이, 다양한 예술 장르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장벽과 칸막이를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 옛날에는 그랬으니, 되살리면 된다. 그렇다고, 갑자기 르네상스시대로 돌아가 팔방미인이 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각 분야가 문을 열고 서로 주고받으면서 돕고 자극을 주고 격려하면 한결 풍성하고 튼실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가령, 문학과 미술, 미술과 음악 사이의 격의 없는 소통 같은 것….   동양의 전통에서는 그림과 문학의 근원은 본디 하나라고 생각했다. 글과 그림의 말뿌리(語源)는 같다는 생각, 시서화일체(詩書畵一體)…. 그러니 서로 통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특히 선비들의 문인화(文人畵)에서 그러했다. 오늘의 현실에도 되살리고 싶은 바람직한 전통이다. 화가가 시를 쓰고, 시인이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지어 부르고….   실제로 그렇게 소통한 좋은 예는 많다. 가령,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인 전면점화 첫 작품의 제목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다. 친한 친구인 김광섭 시인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이다. 또 ‘항아리와 시’라는 작품에는 서정주 시인의 ‘기도 1’ 전문을 써넣기도 했다.   좋은 미술 작품의 바탕에는 시가 있다. 추상미술의 대표적 작가인 잭슨 폴록의 작품 중에도 시적인 제목이 붙어 있는 작품이 뜻밖에 많다. 밤의 소리, 달의 여인이 원을 자르다, 달의 그릇, 비밀의 수호자들, 열 속의 눈, 청색의 무의식, 어떤 과거, 매혹의 숲, 도깨비불의 발광, 바다의 변화, 라벤더 미스트, 가을의 리듬, 거미집에서, 메아리, 검은 흐름, 달의 진동 등등….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 소설가인 헤르만 헤세는 훌륭한 화가이기도 했다. ‘데미안’ 등으로 우리와 친숙한 그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하나임을 몸으로 증명해준 고마운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신의 문학 세계도 발전했으며 자신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림 그리기 없이, 나는 지금의 작가가 될 수 없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내가 쓰는 문학도 한 단계 발전되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뿐만 아니라 내 마음의 깊이도 깊어짐을, 내가 예술을 보는 안목도 깊어짐을 알 수 있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문화산책 예술 장르 예술 장르 미술 작품 그림 그리기

2023-04-17

[문화산책] 예술 장르 사이의 소통

통섭(統攝)이라는 낱말과 개념에 관심이 모인 적이 있었다. 학문 사이에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벽을 칸막이를 걷어내고 건강하게 소통을 해야 우리의 밝은 미래가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다. 상생(相生)의 진리다.   통섭이라는 낱말을 꺼내서 불을 지핀 생물학자 최재천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과학이나 경제 등 사회 각 분야의 소통과 인문학의 보급이 시급하다고 한다. 최 교수는 통섭이란 낱말을 자기가 찾아낸 줄 알고 스스로 대견해 했는데, 알고 보니 신라시대 원효 스님께서 이미 설파하신 섭리였다고 고백한다. 통섭의 역사가 그렇게 길고 근본적이라는 이야기다.   그 뒤로 우리 사회에서 통섭이 얼마나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인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상당히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다.   사실, 통섭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분야는 예술계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 벽은 상당히 완고하고 옹졸했다. 시인이 소설을 발표하면 안 되고, 조각가가 그림으로 개인전을 열면 영역 침범이고, 외교관이 시를 써서 시집을 내면 업무태만이고…. 뭐 그런 식으로 답답했다. 얼마 전 세상 떠난 성악가 박인수 교수는 유행가를 불렀다고 국립오페라단에서 쫓겨나는 웃픈 일을 겪었다. 따지고 보면,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은 현대사회에 와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분야마다 제 밥그릇 챙기기 싸움에만 몰두하는 바람에 벌어진 것들이다.   긴말 할 것 없이, 다양한 예술 장르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장벽과 칸막이를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 옛날에는 그랬으니, 되살리면 된다. 그렇다고, 갑자기 르네상스시대로 돌아가 팔방미인이 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각 분야가 문을 열고 서로 주고받으면서 돕고 자극을 주고 격려하면 한결 풍성하고 튼실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가령, 문학과 미술, 미술과 음악 사이의 격의 없는 소통 같은 것….   동양의 전통에서는 그림과 문학의 근원은 본디 하나라고 생각했다. 글과 그림의 말뿌리(語源)는 같다는 생각, 시서화일체(詩書畵一體)…. 그러니 서로 통하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 특히 선비들의 문인화(文人畵)에서 그러했다. 오늘의 현실에도 되살리고 싶은 바람직한 전통이다. 화가가 시를 쓰고, 시인이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지어 부르고….   실제로 그렇게 소통한 좋은 예는 많다. 가령,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인 전면점화 첫 작품의 제목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다. 친한 친구인 김광섭 시인의 시 ‘저녁에’의 마지막 구절이다. 또 ‘항아리와 시’라는 작품에는 서정주 시인의 ‘기도 1’ 전문을 써넣기도 했다.   좋은 미술 작품의 바탕에는 시가 있다. 추상미술의 대표적 작가인 잭슨 폴록의 작품 중에도 시적인 제목이 붙어 있는 작품이 뜻밖에 많다. 밤의 소리, 달의 여인이 원을 자르다, 달의 그릇, 비밀의 수호자들, 열 속의 눈, 청색의 무의식, 어떤 과거, 매혹의 숲, 도깨비불의 발광, 바다의 변화, 라벤더 미스트, 가을의 리듬, 거미집에서, 메아리, 검은 흐름, 달의 진동 등등….   노벨문학상을 받은 시인, 소설가인 헤르만 헤세는 훌륭한 화가이기도 했다. ‘데미안’ 등으로 우리와 친숙한 그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가 하나임을 몸으로 증명해준 고마운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림 그리기를 통해 자신의 문학 세계도 발전했으며 자신의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림 그리기 없이, 나는 지금의 작가가 될 수 없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내가 쓰는 문학도 한 단계 발전되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뿐만 아니라 내 마음의 깊이도 깊어짐을, 내가 예술을 보는 안목도 깊어짐을 알 수 있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문화산책 예술 장르 예술 장르 미술 작품 그림 그리기

2023-04-13

[이 아침에] 지우고 다시 그리기

세월을 낚을 수 없다. 지울 수도 없다. 세월은 강물처럼 도도히 흘러간다. 사랑도 아픔도 깍지 낀 슬픔도 세월 속으로 떠내려간다. 떠나는 시간 속에 상처는 아물지만 상처의 흔적은 파편으로 떠돈다. 상흔은 바닷가 조개껍질이나 강가에 밀려난 젖은 나무가지로 남는다. 억겁을 지나도 사랑은 등푸른 물고기로 퍼득이고 상처는 슬픈 밤 올려다 보는 별똥별로 가슴을 뚫고 지나간다.     ‘향료를 뿌린 듯 곱다란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머언 고가선 위에 밤이 켜진다//  구름은/ 보랏빛 색지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목장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부을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김광균의 시 ‘데생’)   ‘시는 하나의 회화다’라는 시론으로 김광균은 주지적이고 시각적인 작품을 통해 시단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회화시는 시각적 심상에 의존하며 화자의 주관적 정서 표출을 절제한다.     그림 그리기를 시작한 초보자들에게 가장 힘든 것이 데생(dessin)이다. 채색화는 좀 잘못 그려도 하늘은 파란색, 붉은색은 꽃, 초록은 잎으로 식별되지만 데생은 단색이라서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데생, 즉 소묘는 드로잉으로 형태와 명암을 위주로 단색으로 그린 그림이다. 보통 흑연 연필, 목탄, 콩테, 먹, 잉크 등을 사용한다. 목탄은 나무 따위의 유기물을 불완전 연소시켜서 만드는데 참숯은 갈참나무·굴참나무· 물참나무· 졸참나무를 태워서 만든다. 콩테(Conte)는 흑연이나 목탄을 갈아서 밀랍이나 점토와 섞어 압축해 만드는데 단가가 싸고 경도를 조절할 수 있어 널리 사용된다.     미술학교를 운영하며 어린이 ‘피카소반’ 학생들에게 자신이 그린 그림을 자평하게 했다. 캔버스에 삐딱하게 그려도 자기가 원하는 그림을 그린 아이들은 당당하게 자신의 그림이 ‘피카소’ 작품처럼 대작이라 생각한다. 물감을 잘못 칠해 걱정하는 아이들에겐 “그림은 언제든지 다시 그릴 수 있단다. 물감이 마르면 위에 덧칠을 할 수 있거든”이라고 격려한다.     드로잉이나 수채화, 파스텔화는 지운 흔적이 남아 그 위에 다시 그리기 힘들지만 유화나 아크릴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다시 그릴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작품이 될 때까지 시간과 노력이 따른다.     무얼 그릴지 몰라서 망설이는 애들에겐 화랑에 있는 작품들을 감상하게 한다. “저거 똑같이 그려도 되나요?”라고 묻는 질문엔 대답은 한결 같다. “물론이지.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단다. 저 그림보다 네가 더 잘 그린다고 선생님과 약속하면.” 아이는 눈빛을 반짝이며 쪼르르 달려가 캔버스에 자기만의 명작을 그리기 시작한다. 모방이 창조의 어머니가 되는 순간이다.     보이는 대로 그리는 것이 제일 어렵다. 있는 대로 사는 것이 쉽고도 어려운 것처럼. 흉내 내지 않고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그냥 생긴 대로 내 방식대로 사는 것이 가장 잘 사는 길이다. 아무리 열심히 남 흉내를 내도 나는 그 사람이 되지 않는다.   세상에서 제일 힘들게 사는 사람은 타인을 위해 사는 사람이다. 남편도 자식도 친구도 내 인생을 살아주지 않는다. 힘든 어제를 지우고 내일의 그림을 그리면 졸작이든 대작이든 내 몫의 인생이 펼쳐진다. 두려워 말자. 잘못 그리면 언제든지 지우고 다시 그릴 수 있다. 가슴이 부르는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자신이 그린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은 행복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 이기희 / Q7 파인아트 대표·작가이 아침에 지우 그림 그리기 목탄 콩테 깃발도 능금나무

202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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